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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502 작성일: 작성자: 박치흥 / 조회 2,159
[부산일보2015.7.15일자 인문산책] 폭력성과 함께하는 성장은 허구/이진오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부산일보2015.7.15일자 인문산책] 
폭력성과 함께하는 성장은 허구/이진오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온 사회에 폭력이 난무하며 횡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폭력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데 있다.  
 
웃으면서 휘두르는 폭력 곳곳 난무 
'돈 많은 노예' '화려한 지옥' 전락 방불 
인간성 회복은 폭력성의 자각에서

 
살기 좋은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문화적으로 풍성하며, 정치적으로 민주적이며, 사회보장 제도가 잘 완비된 그런 사회만 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일까?  
 
근자에 우리나라 군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부하 병사에게 가래침이나 변기를 혀로 핥게 한 것이다. 부하 병사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가?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명령은 폭력 없이 말로만 이루어졌지만, 그것을 거부했을 때의 '불이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폭력의 모습이다. 폭력은 주먹이나 총칼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웃으면서 휘두를 수 있는 것이 폭력이며, 속삭이는 귓속말로도 가공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레비나스는 서구문명의 폭력성을 제기하며 자기동일성의 철학이 그 원흉이라고 지목하였다. 무한히 다른 존재를 자기 동일성 속으로 포섭해 내려고 하며,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왔다는 것이다.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슬람권에 관한 보도를 보면 어린아이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는 장면들이 있다. 자기 키보다 큰 총을 쏘게 하는 군사훈련 장면을 보여 주면서 어린 시절부터 잔학한 폭력성에 물들어 가는 그들의 현실을 비판적 색채로 보여 주곤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그런 폭력성에서 벗어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총칼이 아닌 다른 모습의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어린 나이부터 온갖 학원을 전전하며 전투적 학습에 몰입해야 하는 우리 학생들은 폭력의 희생자가 아닌가?  

심리학자 라캉은 사랑의 정의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슬라보이 지제크는 사랑도 원치 않는 자에게 주어지면 폭력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자녀가 원치 않는 일들을 일방적으로 갖다 안긴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그 폭력을 먹고 자란 자녀들은 역시 폭력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학교폭력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수준이다. 그런데 그 학교폭력의 원조는 교육부 관료들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한다. '불이익'의 폭력 때문이다. 교육관료의 행정폭력은 교내의 행정폭력으로, 그리고 학생들 사이의 주먹폭력으로 파생되어 프랙털 구조를 형성한다. 가장 비폭력적이어야 할 교육현장이 폭력의 힘에 주도되고 있다. 그러니 다른 곳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요즘 유행하는 '갑질'도 폭력의 다른 말이다.  

요즘 국립대학에서는 총장직선제 문제가 이슈가 되어 있다. 문제는 직선제 여부가 아니라, 직선제를 강요하는 교육부의 방법론에 있다. 직선제를 하지 않으면 직선제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행·재정적 '불이익'을 부과한다. 이러한 행정의 폭력성 자체가 문제이다. 대학 역시 가래침을 핥아먹는 부하 병사의 심정으로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대학정책이 모조리 실패를 거듭해 온 것은 바로 이 방법의 폭력성 때문이다. 

인간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폭력성에 대한 자각이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한다. 폭력성이 제거되지 않은 삶은 겉모양이 아무리 화려하고 문화적이라 하더라도 야만에 다름이 아니다. 해운대에 세계 최고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서고, 공원과 항만에 으리번쩍한 문화시설이 들어서서 세계 수준의 예술공연이 나날이 펼쳐진다고 더 인간답고 더 수준 높은 삶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보면서도 문화를 대하는 폭력 행정의 저열함을 절감한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문화적으로 풍성하더라도 폭력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돈 많은 노예'의 삶이며 '화려한 지옥'에 지나지 않는다. 석가의 자비, 공자의 인(仁), 예수의 사랑도 바로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대안 제시가 아니었던가.  

'웃을 때까지 때린다'는 끔찍한 말이 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던 실화이다. 감정조작까지 도모하는 폭력성의 극단이다. 지금 우리가 웃고 있는 것도 억지로 웃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일이다.[부산일보2015.7.15일자 '인문산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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