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글마당

 >  공개수련  >  자유글마당

번호 : 36 작성일: 작성자: 김창욱 / 조회 1,689
지옥의 복수심은

모차르트의 징슈필 '마술피리' 제2막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은 내 가슴 속에 끓어오르고'(Der hoe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아래 화면은 '오페라 스타'에 출연한 김수연.


   모차르트(W. A. Mozart 1756-1791)는 35년의 매우 짧은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대에 씌어졌던 모든 장르의 음악을 두루 작곡했다. 교향곡․협주곡․소나타․실내악․오페라 등이 그것이다. 

   그의 천재성은 이미 어려서부터 나타났다. 예민한 청각(절대음감), 비범한 기억력(시스티나 성당에서 알레그리의 9성부 음악 ‘미제레레’를 듣고 이를 기억해서 기보할 정도의), 핵심을 꿰뚫는 직관력, 창작과 연주에 대한 솟구치는 열정 등이 그러한 측면을 잘 보여준다. 타고난 천재와 이상적 인간에 향해 열려 있던 세계는 어린 모차르트를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그에 대한 세계의 열광은 차츰 빛을 잃어갔다. 그동안 경탄해 마지 않았던 즉흥연주 솜씨(고사리 손에 의한)가 이제 열없게, 혹은 싱겁게 보여졌다. 13살(1769)의 어린 나이에 잘츠부르크 궁정악장으로 들어갔지만, 25살(1781)이 되던 해 여름, 대주교와의 불화로 결국 파면되고 말았다. 이로써 그는 비록 자유로웠지만, 가난하고 궁핍한 예술가로서의 길을 걸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는 개인레슨․작곡․연주를 통해 생계를 이어갔다. 몇몇 오페라(이도메네오,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가 성공을 거두어 적잖은 돈도 벌었으나, 그는 유행에 따른 의상을 즐겨 입었고,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게다가 병약하고 사치스런 아내 콘스탄체 베버(Constanze Weber,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조카)와도 경제적 문제로 자주 갈등을 일으켰다. 그는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1791)가 초연된 이후 두 달이 조금 지나 죽었고, 곧 극빈층이 묻히는 공동묘지에 잠들었다.  

   모차르트의 비극적 삶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명랑하고 감미롭고 우아하다. 그에게 음악이란 "끔찍한 환경에서도 귀를 괴롭히지 않고 즐길 수 있어야 하며, 항상 그렇게 남아 있어야 하는"(1781년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어떤 것이었다. 최후의 오페라 '마술피리'도 그러했다. 이국적인 소재의 이 징슈필(Singspiel, 대화체로 된 독일의 희극오페라)은 동화와 마술, 그리고 해학적인 내용에 프라이마우러(Freimaurer, 인간의 자유․평화․행복․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된 공동체)의 이상까지 혼합되어 있다.    

   오페라는 대비되는 두 세계, 즉 어둠과 빛의 세계를 보여준다. 어둠의 세계는 '밤의 여왕'이 지배하는 곳이지만, 빛의 세계는 현자 '자라스트로'가 지배하는 곳이다. 자라스트로는 파미나(밤의 여왕의 딸)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임으로써 악으로부터 구하고자 하고, '밤의 여왕'은 순진한 타미노를 포섭해서 딸을 찾는다. '밤의 여왕'은 딸 파미나로 하여금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교사하지만, 파미나는 오히려 자라스트로의 이성적 설득에 굴복하고 어머니 '밤의 여왕'을 저버리고 만다. 적개심에 불타는 '밤의 여왕'은 자라스트로를 공격한다. 그러나 '밤의 여왕'과 어둠의 세계는 곧 멸망에 이른다.  

김창욱, '청중의 발견'(부산: 해피북미디어, 2011), 144-146쪽.

 

 

 

목록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
제목 작성자 작성일

놀자 달마야 [2]

김창욱 2012/05/07

찔레꽃

김창욱 2012/05/06

꽃 지다 [2]

김창욱 2012/04/28

보리밭 [3]

김창욱 2012/04/21

동무생각 [2]

김창욱 2012/04/14

4월의 노래 [3]

김창욱 2012/04/07

삶의 길벗, 함께 하는 인문학 "제 11기 인문고전대학" [1]

김지영 2012/04/02

효곡 방주님과 함께라면... [3]

변종준 2012/03/04

지옥의 복수심은

김창욱 2012/03/03

봄처녀 [1]

김창욱 2012/02/25

입맞춤 [2]

김창욱 2012/02/19

깨어있는 삶을 사는 법 [1]

김영복 2012/02/15

그저 바라보는 연습 [1]

김영복 2012/02/13

내 맘의 강물 [3]

김창욱 2012/02/12

강 건너 봄이 오듯 [2]

김창욱 2012/02/04

연가 [2]

김창욱 2012/01/29

"누가 이름값을 하려나" [2]

정의장 2012/01/23
Q&A바로가기 수련체험담 수련과정(커리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