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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568 작성일: 작성자: 김지영 / 조회 800
칠흑밤의 깨달음

설악수련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칠흑밤 봉정암에 올랐던 길이다. 첫날 동해안 정동진을 거쳐 설악에 도착하여 백합진태에서 수련하고 어둑할 즈음 수렴동산장에 오르니 사방이 캄캄하다. 영이 모여 산다는 영시암 근처에서 뭔가 휙 하고 하얀 물체가 뚜렷이 지나가는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플래시 없이 소로를 걸어가는데 바로 앞에 뭐가 거대한 몸뚱이가 막아섰다. 멧돼지였다. 나는 나대로 그놈은 그놈대로 서로의 존재에 깜짝 놀랐던 거다. 순간 위기감이 흘렀는데, 다행히 그놈은 뒷쪽으로 몸을 돌려 산쪽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어둠 속에서도 그놈의 몸집의 무게가 느껴졌다. 9시쯤 수렴동 산장에 도착하니 몸을 누일 공간이 없다고 한다. 일단 라면과 맥주(옆 사람이 친절히 권하는데 받는게 좋을 것 같아서..)로 허기를 면하고 어떻게 할건지 생각하였다. 여기는 머물기 불가하다하고 그렇다고 밖에서 노숙을 할 수도 없으니 내친 김에 봉정암까지 올라가보자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길을 나서니 플래시 약이 얼마큼 남아있는지도 모르겠고 예전에 다쳤던 다리근육이 욱씬거린다. 오늘따라 그믐이라 달도없고 구름 덮여 별도 없는 칠흑의 어둠이다. 설악에 스무번 넘게 왔지만 이런 칠흑은 처음이다. 플래시 약을 아끼느라 약한 불빛으로 길을 더듬어 올라갔다. 불빛이 휙휙 주위를 가르면서 그림자같은 상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아무도 없는 산길이라 몇번씩 가슴을 쓸어내린다. 봉정암 오르는 세 시간 정도 나는 끊임없이 그 상들을 대면하며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를 수십번하다가 뭔가 이게 나의 인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래시 불빛이 만들어내는 허상에 놀라며 대적하고 신경쓰고 하는 것이 인생 길을 지나오면서 한 일이 아니었는가? 나를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나를 놓지 못해 어둠 속에서 허상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봉점암 오르는 칠흑길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일요수련때 영주님이 들려주신 설악수련담의 일부를 재구성했습니다. 참으로 깨침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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