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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337 작성일: 작성자: 김영복 / 조회 1,521
연금술사
 

식물의 연금술


꽃잎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잎은 뼈저린 변신을 감수해야 했다. 꽃눈을 감싸고 있는 인편이나 꽃을 떠받치고 있는 꽃받침 등은 꽃잎으로 완전한 변신을 하지 못한 잎의 상처이며 꽃잎은 변형된 잎의 덩어리이다.

 

식물유전학자들은 잎을 꽃잎으로 변형시키는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는 중세 연금술사들이 쇠로 금을 만들려는 꿈을 실현된 것과 같은 것이다.

 

식물의 이 기적 같은 연금술은 무미건조한 초록의 잎을 화려한 꽃잎으로 변신시킬 뿐 아니라 공기 중에 흩어진 탄소로 맛난 꿀과 과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식물이야말로 이 지구의 가장 훌륭한 연금술사들이다.

 

꽃이 피는 시기는 식물 전체 일생에서 모체의 영양상태가 안정에 접어들었을 때이다.

꽃이 피어나는 모체의 건강상태는 후손들의 영양 상태를 결정한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일정량의 영양분, 외부적인 환경요인 등이 꽃피는 시기를 결정한다.

비록 잎이 피어나기 전에 꽃부터 피우는 식물들이 있지만 이는 지난 생장기동안 저장해 둔

밑천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며, 꽃이 지고 난 후의 생장은 결국 다음해 꽃을 피우기 위한 밑천으로 사용된다.

 

꽃은 식물에게 절대적인 기관이며 어찌 보면 대단히 이기적인 기관이다.    꽃이 되기 위해  많은 잎들이 뼈저린 변신을 겪어야 했던 것처럼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주변의 많은 잎들에게 희생이 강요된다.

 

꽃이 피어나는 동안 주위의 잎들은 양분을 포기하고 시들어간다. 이러한 희생은 동물 세계에서도 적용된다. 대개 암컷의 성장은 수태를 할 수 있는 성징이 나타나기 전에 마무리된다.

대부분의 화초는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꽃눈이 패이기 위해서 줄기 끝의 모든 생장 조직은 공중으로 피어오르는 본능을 접어둔 채

정지 조직으로 바뀐다. 그리고 모든 영양 물질은 꽃눈 조직으로 모인다.

 

꽃눈을  꽃잎으로 완전하게 펼치기 위해서는 다시 며칠 동안의 고단한 노동이 필요하다.

꽃봉오리가 햇살 아래서 피어날 듯 피어나지 못하는 긴 여정은 바로 잎의 노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풀과 같은 초본류의 한해 생활사는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결정된다.

 

동물에게 있어 수태가 가능한 시기는 대체로 성숙되는 데 걸리는 시기와 일치한다. 사람은 사춘기가 되면서 성적 변화가 일어나고 서서히 수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다.  성장기 동안의 영양 상태에 따라 이 기간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대체로 영양 상태가 좋을수록 성적 성숙기는 짧다.

 

이 세상에 꽃이 생겨나기까지 긴 세월이 요구된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식물에서 꽃이 피어나는 데도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꽃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체로 암꽃은 종자를 잘 만들고 효율적으로 양육하기 위한 방향으로, 그리고 수꽃은 더 나은 배우자를 찾아 날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식물 진화의 힘이 움직였다. 식물에게 있어 암꽃과 수꽃은 서로 잘 보완된 시스템을 가짐으로 더 나은 후대를 만들고 발전할 계기를 만든다.


특히 꽃의 진화는 암꽃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중심을 두어 진행되어 왔다. 사실상 식물 분류는 꽃의 구조가 제일의 분류형질이 된다. 종의 구분이 생식적 격리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식물에서의 생식은 꽃으로 발현되므로 식물 종의 구분은 당연히 꽃이 기본이다.

 

우리 생활에서 봄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하는 하얀 목련은 그 아름다운 자태 속에 꽃 진화의 원시적 모습을 숨기고 있다. 목련의 하얀 꽃잎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꽃잎과 꽃받침을 구분하기 어려워서 그냥 꽃잎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속씨식물의 특징인 자방이 만들어질 때 각각의 자방이 하나로 통폐합되지 못하고 분리된 채 진화를 멈추었다. 사과 속의 각기 다른 씨앗들은 하나의 깍지 속에 들어 있지만 목련의 씨앗들은 각각의 분리된 방에서 양육되는 것이다.

 

봄날 목련꽃잎이 지고 난 자리에 벌어진 열매다발에서 붉게 박힌 씨앗들이 분리되어 있는 모습을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진화의 힘이 지나간 장미꽃은 비록 꽃잎이 다섯 장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꽃받침의 보호를 받으며 하나로 잘 붙어 있고 암술머리의 자방은 하나로 뭉쳐있다.


꽃과 이야기하는 여자 pp37-40/차윤정/중앙M&B출판/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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