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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339 작성일: 작성자: 김영복 / 조회 1,348
접시꽃마을 내력
 

접시꽃마을 내력

                  ---  정채봉

 


그곳은 쓰레기 묘지였다.

각종 오물에 깡통과 플라스틱까지 매몰된 그곳에

묻어 들어온 씨앗 한 낱이 있었다.

씨앗은 그 험악한 땅속에서 악취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는 죽기로 마음먹고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싸고 있던 흙이 부드러워지면서

들려 오는 소리가 있었다.

“내가 있으니 걱정 말고 숨을 쉬려무나.”

씨앗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을 두고 들려 오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내가 있으니 걱정 말고 숨을 쉬려무나.”


씨앗은 마침내 물었다.

“당신은 누구예요?”

“흙기운이란다.”

“이렇게 쓰레기 천지인데도 흙기운이 있어요?”

“있고 말고 .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씨앗 곁에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반드시 있단다.”


씨앗은 비로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상큼한 흙내음이 머금어졌다.

그것은 아득함 속에 기억되어 있는 엄마의 젖이었다.


그제야 씨앗은 부지런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마침내 녹슨 깡통을 제치고 씨앗의 움이

땅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고운 햇살이 그를 껴안으며 속삭였다.

“오, 이 험한 세상에 나와 준 새싹아,

네 이름이 이곳의 지명이 될 것이다.”


쓰레기 동산 안에 접시꽃이 피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러자 어디에서 오는지 나비들이 나폴폴폴

나폴폴폴 날아왔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사람들은 그곳을 접시꽃마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PP59-61/ 정채봉/샘터/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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