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정현석 선배님이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다.
선배님과는 회사 산악클럽에서 인연을 맺었다.
회사를 퇴사한 후에도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평소 사람 좋은 선배였던 분이 인상도 좋아지고 잘 생겨지기까지 하다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처음에 기수련을 하신다기에 '도를 아십니까'를 떠올리며,
‘어쩌다가 그런 곳에 가시게 되었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한해, 두해가 지나면서 점점 미남이 되어 가신다.
그래서 어느날 모임에서 기수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기를 청했다.
그렇게 육임신문에 입문하게 되었다. 나도 그 모습을 닮고 싶었다.
처음 입문을 하던 날은 비가 왔다. 보슬비가 아닌 장대비가 내렸다.
그 빗속에서도 선배 도반님들은 자리를 지키고, 수련한 행공을 시연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앉아 계시다니!!!
좋아하는 산을 다닐 때에도 아침에 날이 흐리면 ‘오늘은 비가 오면 좋겠구나,
산에 안가고 하루 쉬게’ 했었는데, 하물며 이런 장대비라면 고민 없이 쉬었을 거다.
그런데 이 분들은 뭐지? 이곳이 마냥 ‘도를 아십니까’와 같은 이상한 곳은 아닌 걸까?
도대체 무엇이 이 분들을 이런 장대비에도 산으로 이끌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날 ‘답을 찾기 위해 한번 열심히 다녀 봐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6개월의 수련기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이렇게 후기를 적을줄 알았다면 평소 교육내용을 기록해 둘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들을 때에는 이해가 가서 고개를 끄덕이던 내용들이 어느새 흐릿하게 남아있다.
그래도 배운 것들이 내 몸 속에 체화 되어 남아 있지 않을까 하고 위안해 본다.
호흡을 배우고 행공을 하면서 존재자체에 의문을 가졌던 ‘기’라는 것이 실제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행공 중에 손이 따뜻해 지는 느낌, 장심을 맞대었을 때 느껴지는 찌릿찌릿하고 웅웅거리는 느낌,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못 느끼던 것들을 나의 몸은 느낀다.
신기하고 경이로운 경험들이다.
아직 깊은 명상의 단계에 들지는 못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이,
앞으로 새롭게 배우고 느낄 게 더 많다는 사실이 날 흥분케 한다.
평생 유희할 대상을 찾은것 같다.
지난 6개월간 수련도 좋았지만 더 좋은 점은 소중한 도반님들을 얻었다는 것이다.
마치 어릴 때 사귄 친구처럼 이해타산적이지 않고,
나이와 성별을 넘어 순수하게 배우며 나눌 수 있는 그런 도반님 들을 얻었다는게 내 인생에 큰 행운인 것 같다.
이제서야 선배 도반님들이 처음에 덕담으로 했던 ‘육임에 오신 것은 복 받은 일이다’라는 말씀이 깊히 공감된다.
이 글을 빌어서 도반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오랫동안 함께 가시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6개월간 성심성의껏 지도해 주시고, 25기보다 더 우리를 위해 주셨던 이혜리, 정현석 사범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육임신문 가족여러분 많이 존경하고 사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