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련

금정산의 수수께끼

7천5백만년전 중생대 백악기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금정산은 산성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환상(環狀)의 분지를 형성하고 있다.이러한 분지 지형은 차별침식이나 운석 충돌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금정산의 경우 열대성 습윤 기후와 빙하기의 침식작용의 복합 요인에 의한 토르(석탑모양의 바위 지형)로 설명되고 있다,그러나 국내의 다른 화강암 지역에서 토르와 분지지형을 동시에 갖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그 원인에 대한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산성마을 분지의 동래,만덕, 화명 일대 바깥쪽 사방 20km에 걸쳐 늘어선 산기슭에는 수 m 크기의 특이한 암괴 지형을 이룬다.이 거대한 바윗 덩어리들은 경사면을 따라 무너져 내린 봉락층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금정산 일대는 산성 마을을 비롯하여 주변 산이 모두 화감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유독 산성마을만이 낮은 분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지질학적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 사안이다.

게다가 금정산 화강암의 깨어진 틈은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발달되어 있어 중앙부에 운석과 같은 강한 충돌에 의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운석 조각이 발견되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산성 마을이 운석이 부딪친 장소라고 추측해 볼 수도 있다. 오래 전 운석 충돌로 인해 산성 마을이 위치한 분지가 생기고, 그 때의 충격으로 멀리 범어사,금강공원, 구포의 산 기슭 낮은 곳까지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산 밑까지 굴러 내려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동국여지승람 동래부지의 금어(金魚)설화에 나오는 산 정상의 바위 샘 금정(金井)은 마그마 속에 갇혀 있던 포획체가 다른 부분보다 빠르게 풍화되어 패인 자리이다. 이 자리는 빗물이나 안개가 응결되어 잘 마르지 않는데, 이러한 바위 샘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금정산을 구성한 화강암은 지하 10km아래의 뜨거운 마그마가 천천히 식어서 된 암석이다.화강암은 중금속 성분이 전무하며 많은 결정질 석영(수정)으로 이루어져, 질 좋은 지하수를 만든다. 그래서 산성 마을의 누룩과 금정산 물로 빚은 동래산성 막걸리는 우리 나라 민속주 1호로 예로부터 그 명성이 높았다.미국 콜로라도 주 골던 시(Golden city)는 록키 산맥 화강암 지대의 질 좋은 물로 세계적인 쿠어스 (Coors)맥주를 탄생시켰다. 부산도 수 천 만년전 뜨거운 마그마의 열기와 운석 충돌의 역사(?), 그리고 금어의 설화를 간직한 금정산의 맑은 지하수로 우리의 술 막걸리를 빚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가꾸면 어떨까.

박맹언교수의 돌 이야기 pp41-43-박맹언-산지니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