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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360 작성일: 작성자: 김영복 / 조회 1,485
노년의 사랑 방정식

노년의 사랑

샌드라 데이 오코너(77)는 미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이었다.

9명으로 구성된 연방대법관들은 '현인'으로 불릴 만큼 명예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임기도 종신이다.

특히 오코너는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합리적인 판결을 이끈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중도의 여왕(Queen of Center)'이란 애칭도 이래서 붙었다.

재조(在曹)에 있을 땐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기도 했다.

이처럼 막강했던 오코너가 2년 전 갑자기 법복을 벗었다.

이유는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에 걸린 남편을 간병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평생의 반려자인 남편을 홀로 둘 수 없어 권좌에서 훌훌 털고 나온 것이다.

충격을 남긴 채 미련없이 떠났던 그녀가 최근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또 한번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17년째 투병 중인 남편이 요양원에서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졌는데,오코너는 이를 시기하기는커녕 "남편이 평안을 찾고 행복해 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지워지고 육체마저 성치 못한 남편에게 연인이 생긴 것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받지 않나 싶다.

학자들은 노년의 사랑은 젊은 시절의 사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청춘기의 연애는 자기 중심적이어서 편협하고 일방적이지만,황혼사랑은 상대가 더욱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사랑과 미움,질투와 분노가 희미하게 뭉개지면서 측은지심만이 남게 된다는 얘기와도 통하는 것 같다.

시인 황지우는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잘 늙은 다음,힘없는 소리로 '임자,우리 괜찮았지?'라고 말할 수 있을 때,사랑한다는 말은 그 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라고 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보면서 즐거워할 뿐이다.

오코너의 지극한 사랑을 애써 외면하며 부끄러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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