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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88 작성일: 작성자: 전윤주 / 조회 1,847
차와 물 ①_김봉건과 함께하는 차문화 산책

 

김봉건과 함께하는 차문화 산책 <12> 차와 물 ①

돌이 많은 산에서 솟는 샘물이라면 더없이 좋아

산 물이 으뜸 강물이 가운데 우물물은 하다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경남 고성 옥천사(玉泉寺)의 오래된 샘.

 

"차는 물의 마음이요, 물은 차의 몸이다. 참다운 물이 아니면 그 정신을 드러낼 수 없고, 정채한 차가 아니면 그 몸을 꿰뚫어 채울 수 없다." 명대(明代) 장원(張源)의 '다록(茶錄)'에 있는 유명한 말이다. 차를 달이는 데 있어서 물의 중요성을 적확하게 파악한 명구이다.


차를 달이는 데 좋은 물은 어떤 물일까? 다성 육우는 "산의 물이 으뜸이요, 강물이 가운데, 우물물은 하(下)"라 하고, 또 그 "산의 물이 돌 사이로 느리게 흐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요즈음에야 대부분 수돗물을 정수기에 거른 깨끗한 물을 좋다고 쓰고 있지만 깨끗하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도 그렇듯이 물도 그 태생이 중요하고 걸어온 과정이 중요하다. 산에서 솟아나 돌 사이로 오래 흐른 물은 그 몸이 정갈하고 기운이 성(盛)하다.


중국 서진(西晉) 시기의 저작인 '박물지(博物志)'에 보면 "돌은 금의 근본이요, 돌에서 흐르는 정기는 물을 낳는다"하고, 또 "산의 샘은 땅의 기운을 끌어당긴다"는 말이 있다. 돌이 많은 산에서 솟는 샘은 대개는 좋고 이런 물로 차를 달여 보면 역시 다르다. 국토가 오염되어 자연수를 긷기가 께름칙하지만, 그렇다고 차인들까지 진수(眞水)를 외면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혹시 한 차회에서 한 샘 돌보기 운동을 펴보는 건 어떨까? 그리되면 그 샘의 수원을 돌보게 될 것이고, 국토 살리기에도 일조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소박한 마음을 가져 본다.


찻물이 가져야 할 내적인 덕성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은 음의 기운이 쌓여서 된 것이므로 맑고(淸) 차가워야(寒) 한다. 좀 더 바란다면 달고(甘) 향기로워야(香) 한다. 명대(明代) 전예형(田藝衡)의 '자천소품(煮泉小品)'에서는 "샘이란 맑아지기는 어렵지 않지만 차가워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맑음을 능사로 삼는 요즘의 과학적 안목이란 것이 역시 하수라는 생각이다. 차가움은 물의 정체성이다. 긍지이고 절개이다. 퇴계 선생은 차인은 아니었지만 도산서원 앞의 우물을 '주역'의 정괘(井卦)에서 따 와 열정(冽井)으로 불렀다. 얼음처럼 차가운 샘이란 뜻이다. 선생은 아마도 그 찬물을 마시며 도학자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었을 것이다. 물이 여러 대상들과 어울리면서 어질고 조화된 품덕을 갖추었을 때 달다. 그리고 사람도 인품에서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듯이 물도 최고의 상태가 되면 향천(香泉)이 된다. 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당대(唐代) 모문석(毛文錫)의 '다보(茶譜)'에는 "몽산(蒙山)의 중간 언덕에서 나는 차를 한 냥 얻어서 그 자리의 물로 달여 마시면 곧 능히 묵은 병을 물리친다. 두 잔이면 그 자리에서 병이 없어지고, 세 잔이면 환골(換骨), 네 잔이면 지선(地仙)이 된다"는 말이 있다. 찻물은 멀리서 길어 오는 것보다 제 고장의 물을 쓰는 것이 신선해서 좋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말이다.


내가 먹어 본 우리 부산의 샘으로서는 영도 복천사(福泉寺) 물을 제일천(第一泉)으로 친다. 달고 가볍다. 언젠가 이 물로 차를 한 번 달였더니 같이 마시던 다우가 깜짝 놀라며 "차가 왜 이래요?" 하고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가끔 지인들의 찻자리에 초청을 받으면 짐짓 차 맛을 도울 양으로 이 물을 아침 일찍 가서 한 통 떠 가지고 가는 버릇이 있는데 그 차 모임에서 아무도 물맛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다음부터는 그 차회에는 안 간다. 다음으로 통도사(通度寺) 옆 계곡의 이름 없는 샘을 제이천(第二泉)으로 친다. 복천사 물 보다 조금 무거우며 그냥 마시면 더 맛있다. 다만 차를 달이면 덜 달다. 수백 년 되었을 그 샘을 근자에 공사를 하여 너무 잘 다듬어 놔서 정이 덜 가는 것이 조금 아쉽다. 다음으로 금정산 석불사(石佛寺) 물을 제삼천(第三泉)으로 친다. 화강암 산 아래 물이라 차의 맛을 많이 도운다. 기이하기로는 금강공원의 금어암(金魚庵) 샘을 첫손에 꼽는다. 어떻게 바위를 파서 그렇게 샘을 만들었는가싶다. 부근에 음기가 너무 치성한 것이 조금 흠이다.


산수(泉石)를 즐기는 것도 정도에 지나치면 병이 된다. 이 병이 명치끝에 맺혀 고칠 수 없게 된 지경을 천석고황(泉石膏黃)이라 한다. 천석고황은 신의(神醫)도 고칠 수 없다. 나는 일찍이 이 병에 걸려 발걸음 닫는 곳마다 멈추어 샘물과 바위를 품상(品賞)하였지만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연구교수 

  입력: 2008.06.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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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석고황 ㅋㅋㅋ 글에 장난을 치는 무뢰에 사과를 먼저 드리면서...ㅋㅋㅋ

제가 고쳐 드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비슷한 병에 걸린 것 같으신데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그냥 자연이 되려고 합니다. ㅋㅋㅋ


 

그리고 앞으로 오르면서 물한잔 하고 올라가야겠습니다. ㅋㅋㅋ 석불사의 물...

할아버지께서 훈자에서도 야쿠시마에서도 물로 씻는 것은 아주 싫어하시던데

마시는 것은 아주 좋아하시던데 더 이상 넣을 수가 없어서 그만 마신다고 농담도 하시던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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