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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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805 작성일: 작성자: yukim.co.kr / 조회 615
언재일지 모르지만

과거의 홈페이지에서 도사님의 글을 가져옮

 

지금 창밖은 초겨울 비가 산하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엊그제  수요일, 영남 알프스의 한 자락인 가지산 호박소 골짜기를 타고 산행을 한 적이 있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길을 찾지 못할 정도였지만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산행의 정취를 고요히 음미하였다. 

그러나 만약 산불이라도 나는 날에는 이 낙엽이 기름역할을 할 것을 생각하니 비가 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길을 걸었다. 다행이 오늘 이렇게 비가 오고 나는 빗속을 달리는 차속에 앉아서 바깥세상을 나와는 상관없는 양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오늘 2학기 종강을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회 참석차 서울행 KTX에 앉아서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종강을 한 탓인지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창밖의 풍광을 음미할 수 있다. 12월, 초겨울의 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있는 산천의 모습이 차창 밖을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나는 이런 풍광을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다보며 잠시 세상사를 잊고 있다.

일을 마치고 이렇게 떠나는 마음이라서 그러한가!  무엇에도 걸림이 없고 쫓김도 없이 무념에 가까운 마음으로 열차에 앉아서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서울에 가서 발표해야할 논문도 없고 그냥 학계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니 서울행이 부담스러울 것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홀가분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일을 마치고 떠나는 마음이라서 그러하다.  지금의 심정은 어디에도 걸림이 없으며 여한도 없다.

내가 몇 년 후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떠나는 날도 그 심정이 이러리라.  떠나는 직장과 일에 대하여 여한이 없고 미련도 없으리라. 정년 이후의 삶에 대하여 준비한 것이 있으니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없다.

그러니 두고 떠나는 삶에 대한 여한이나 미련이 없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대하여 준비한 것이 있으니 오히려 그 삶이 기다려진다. 하나를 완결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무대로 물러가고 떠나는 일이 이토록 자유롭고 홀가분할 줄이야!

조금 시야를 넓혀본다.
내가 이생을 마감하고 後生을 향하여 떠나가는 것도 지금처럼 자유롭고 홀가분할 것이리라.  今生에서 여한 없이 살았으니 금생에 대한 아쉬움이나 집착이 없이 훠이 훠이 날아서 이생을 떠나리라! 다가올 來生, 내가 가야할 세상에 대하여 준비하여 두었으니,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없으리라.

다음 생이 어떠할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來生은 今生의 삶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기에 今生을 열심히 살았으면 그 다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생에서 맺은 인연들에 대하여 미련이나 집착은 없다. 처자식에 대한 인연도 이승을 떠나면서 다 버리고 갈 것이다.  그들은 자기의 운명에 따라서 자기 팔자대로 살아갈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팔자를 고치는 삶, 운명을 바꾸는 삶을 살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주변의 가족, 친지들에 대한 바램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의 몫일 뿐 나의 삶은 아니다. 이생에 살면서 나는 처자와 주변의 친지들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였다.  금생을 떠나면서 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으며 떠나리라.

내생은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가능하면 인간 세상에 환생하는 것 보다  도솔천에 왕생하고 싶다. 만약 인간으로 다시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금생에서 못다 한, 조금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승려가 되어 道를 구하는 삶도 좋고
도자기를 굽는 藝人의 길도 좋다.
어느 길이든 究竟의 경지를 향하여 가면 족하다.

궁극의 경지를 향한 삶이라면 天上이 나을 것 같다. 인간세상은 내가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는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나의 가치와는 너무 다르다. 이미 天上에 가 계신 先親께서도 그러하신 것 같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이생을 떠나는 날, 지금 열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면서 느끼는 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생을 떠나리라!

미련 없이 떠나리라. 비록 못다 한 일이 있고 여한이 조금은 남아있더라도 여기에 집착하지 않고 홀연히 떠나리라. 금생에 맺은 인연들에게 잘 있어라 하고 손을 흔들면서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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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윤산님의 댓글이 하나 있어 첨부합니다.

 

도사님!

이승 삶을 여한없이 벗어 버리고,
남은 자들에게 웃으며 손 흔들 수 있는 금생의 마감,

아름답고도
멋집니다.

도사님!

부디 성불하십시오...

 

 

http://old.yukim.co.kr/bbs/bbs/board.php?bo_table=surun&wr_id=9 (과거홈페이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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