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차의 보건 기능에 대한 탁절한 기록이 있다. 바로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은 1610년 허준(1546~1615)이 편찬한 의서(醫書)로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의 다섯 부분으로 되어 있다. 차에 관한 기록은 탕액편의 목부(木部)에 고차(苦茶)라는 항목으로 기재되어 있다. 기록이 조금 길지만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다. 기를 내리고 숙식(宿食)을 소화시키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하고 잠을 적게 자게 한다. 또 굽거나 볶은 음식의 독을 풀어준다. 2)나무는 작으며 치자나무와 비슷하다. 겨울에 잎이 나는데, 일찍 딴 것을 차(茶)라 하고, 늦게 딴 것을 명(茗)이라고 한다. 그 이름에 5가지가 있다. 첫째가 차(茶), 둘째가 가(檟), 셋째가 설(
), 넷째가 명(茗), 다섯째가 천(
)이다. 옛사람들이 싹을 작설(雀舌), 맥과(麥顆)라고 한 것은 매우 여리다는 것을 말한 것이니 납차(臘茶)가 바로 이것이다. 어린잎을 따서 찧어 떡처럼 만든다. 불로 법제하면 좋다. 3)명(茗)은 천(
)이라고도 하니 잎이 늙은 것이다('本草'). 4)수족궐음경(手足厥陰經)에 들어간다. 차게 마시면 담이 생기기 때문에 따뜻하게 해서 마셔야 한다. 오래 복용하면 사람의 지방을 제거하여 야위게 만든다('入門'). 5)몽산차(蒙山茶)는 성질이 따뜻하여 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좋다. 의흥차(宜興茶)·육안차(陸安茶)·동백산차(東白山茶)·신화산차(神華山茶)·용정차(龍井茶)·민랍차(閩臘茶)·촉고차(蜀苦茶)·보경차(寶慶茶)·여산운무차(廬山雲霧茶)는 모두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6)어떤 사람이 오리구이를 매우 좋아하여 끊지를 못했다. 의사가 보더니 반드시 속에 옹저(癰疽)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병이 생기지 않았다. 후에 탐문해 보았더니 이 사람은 매일 밤 반드시 차가운 차를 한 잔씩 마셨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독을 풀어준 것이다('食物')."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차의 이름과 종류를 꽤 소상하게 들고 있다. 그런데 당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떡차(餠茶)를 제조한다고 하고, 중국에서 들여온 녹차류의 여러 산차(散茶)의 맛이 매우 좋다고도 하고 있다. 또 요즘 사람들이 매우 솔깃해 할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도 일러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음식에서 올 수 있는 독기를 제거하는 데에 효능이 있고, 또 과도한 육식이 가져올 수 있는 악성 창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임상의 사례도 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차의 보건 기능에 대한 기록이 이 보다 빠른 13세기 초에 등장했는데 일본의 다조(茶祖)라고 일컬어지는 에이사이(榮西) 선사(1141~1215)의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가 그것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제1부에서 차의 효능에 대해 논하였고, 제2부에서는 뽕잎의 효능에 대해 기술하고 있어서 한때는 일본에서 '차상경(茶桑經)'이라 불리기도 했다. 제1부 차에 대한 기록에는 주로 오행(五行) 사상에 입각하여 인체의 오장(五臟)과 음식의 오미(五味)와의 관계를 논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오장은 그것들이 각기 좋아하여 받아들이는 맛이 다르다. 어느 하나의 장기가 좋아하는 맛을 더 많이 먹으면 그 장기만 강해져 곁에 있는 장기를 이겨서 서로 병을 일으킨다. 맵고 시고 달고 짠 네 가지 맛은 늘 있어서 그것을 먹지만, 쓴맛은 늘 있지 않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네 장기는 강하지만 심장은 늘 약하다. 그래서 언제나 병이 난다. 만약 심장에 병이 나면 모든 맛이 어그러져, 먹으면 토하고 자칫 아무 것도 먹을 수조차 없게 된다. 이때에 차를 쓰면 심장이 다스려져 병이 없어진다. 심장에 병이 생겼을 때에는 사람의 피부나 살색이 나빠지고 이로 말미암아 생명도 짧아진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음식 만드는 이치는 같지만 다만 대국(중국)에서는 쓴맛이 나는 차를 마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대국 사람들은 심장에 병이 없어 오래 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심장에 병이 있어 병들어 쇠약해지는 일이 많다. 이는 쓴 차를 마시지 않은 소치이다. 만약 오장이 조화되지 않고 마음이 쾌적하지 않을 때 차를 마시면 심장을 고르게 하여 만병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이 쾌적하면 다른 여러 장기에 병이 있더라도 크게 앓지는 않는다"고 하는 식이다. 그 외에 불교의 비밀 진언(眞言)도 거론하고, '다경(茶經)'의 기록이나 중국 문인들의 시 등도 인용하여 차의 효능에 대해 종합적인 기술을 시도하였으나 주밀한 약리적 해석에는 이르지 못한 감이 있다.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