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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97 작성일: 작성자: 전윤주 / 조회 1,902
차의 보건기능

김봉건과 함께하는 차문화 산책 <6> 차의 보건기능 ①
명대 '본초강목' 약으로서의 차 효능 집대성
신농본초경에서 차의 약효 최초 기술 당·명대 활발한 연구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지난해 작년 5월에 필자가 촬영한 하동 적량의 중정차원 차밭.
곡우가 지난 지도 벌써 열흘, 바야흐로 차의 철이 돌아왔는가 보다. '주역'에 "봄이 되돌아오는 것에서 천지의 마음을 본다"(復, 其見天地之心)고 하였던가, 아직 가 보지는 않았지만 차밭에서는 세작의 눈엽(嫩葉)들이 수줍게 올라오고 있으리라. 연이 있는 차농들에게서 한번 다녀가라는 연락들도 오고, 벌써 차를 보내오신 분들도 계시다. 책상에 앉아있으나 차밭의 정경이 눈에 선하여 얼른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중국의 속담이지만 한 가정이 문을 열면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7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땔감 쌀 기름 소금 장 초 그리고 차"이다. 음력 정월과 이월에 담는 장은 올해는 이사 때문에 조금 늦게 담았으나, 한 해 차농사에만은 결코 늦고 싶지 않은 것이 차인의 마음이리라.

차는 음식으로도 쓰이지만 처음에는 약용으로 쓰였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차의 약용 기능을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다. 대략 동한(東漢) 말(AD.2세기) 경에 이뤄졌다고 보는 이 책에서는 신농이 여러 식물을 맛보던 중 하루에도 70가지 독을 만났지만 차를 씹어 해독했다고 되어 있다. '신농본초경'에는 약물(藥物) 365종을 싣고 있으며 이를 다시 상(君)·중(臣)·하(佐·使) 삼품으로 분류하고 약물의 명칭과 성질, 독성의 유무와 병의 치료 기능, 생장환경과 산지 등을 들고 있다. '신농본초경'은 차를 상품에 배열하고 있으며 다만 유래에 대해 다소 전설적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최초로 차의 약효를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신농본초경'은 동양의 약학서로서는 기념비적 지위를 지니고 있으며, 위진남북조 시기에 도홍경(456~536)이 이 책에 집주를 달아 훨씬 풍부한 구성과 내용으로 발전시켜 이후의 약서들의 본이 되었다.

당대(唐代)에 와서 현경(顯慶) 4년(AD.659년)에 소경(蘇敬)·이적(李勣) 등이 공저(共著)하여 '신수본초(新修本草)'를 펴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정부에서 반포한 약전(藥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광범한 실지 조사를 기초로 하여 '정문(正文)' 20권, '약도(藥圖)' 25권, '도경(圖經)' 7권에 약물 850종을 실어 체계적인 약학의 선하를 이룬 것이나 아쉽게도 현존하는 것은 '정문' 뿐이다. 그러나 이 '신수본초'에는 차를 이미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차의 약리작용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차를 도(途)와 명(茗)으로 나누어 "명은 맛이 달고도 쓰며 약간 차가운 성미를 지닌다. 독은 없다. 부스럼을 다스리고 소변을 쉽게 하며, 가래를 삭이고 열을 내린다.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한다. 고도(苦途)는 상기된 기운을 내리고 소화를 도운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대에는 이 '신수본초' 외에도 '본초습유', '식료본초', '본초도경', '본초별설', '산가청공' 등의 많은 저작들에서도 차를 기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시기에 차에 대한 애호가 얼마나 각별하였던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명대(明代)에 와서 동양 약학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저작이 탄생했으니 이것이 바로 이시진(1518~1593)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이다. '본초강목'은 52권의 방대한 저작으로서 약물 1892종, 그림 1160폭, 처방 1만1096수를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약물의 수를 많이 기재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약재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을 만하다. 차에 대해서는 "머리와 눈이 맑지 못하고 열기가 위로 치받으면 쓴 것으로서 그 열을 쓸어내려야 한다. 차는 그 몸이 가볍고 뜨며 싹이 막 돋아날 때에 잎을 따는데 바로 봄의 기운이 오르는 때이다. 그 맛이 비록 쓰기는 하나 기운은 엷다. 이것이 곧 음 가운데 양으로서 기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머리와 눈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대개 여기에 근본을 둔 것이다"고 기록하고 있다. 명·청 양대의 본초류 가운데 차를 기록하고 있는 약서들은 이외에도 '일용본초', '본초원시', '식물본초', '구황본초', '야채박록', '본초경소', '본초도해', '상의본초', '본초봉원', '본초강목습유', '식물본초회찬', '본초구진', '수식거음식보' 등이 있어서 이 시기에는 차의 약리적 특성이나 효능 등에 대한 지식이 이미 보편화된 듯하다.

김봉건과 함께하는 차문화 산책 <7> 은 어디로 갔나요? ㅋㅋㅋ

 

김봉건과 함께하는 차문화 산책 <8> 차의 보건기능 ③
의서 '동의보감'에도 차 이름과 종류 세세히 기록
탕액편 '고차' 항목에서 몸 속 독기 제거 효과 임상사례까지 보여줘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말차를 큰 사발에서 점다하여 작은 잔에 나누는 모습. 사진 제공=사진가 이경순
우리나라에도 차의 보건 기능에 대한 탁절한 기록이 있다. 바로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은 1610년 허준(1546~1615)이 편찬한 의서(醫書)로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의 다섯 부분으로 되어 있다. 차에 관한 기록은 탕액편의 목부(木部)에 고차(苦茶)라는 항목으로 기재되어 있다. 기록이 조금 길지만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다. 기를 내리고 숙식(宿食)을 소화시키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하고 잠을 적게 자게 한다. 또 굽거나 볶은 음식의 독을 풀어준다. 2)나무는 작으며 치자나무와 비슷하다. 겨울에 잎이 나는데, 일찍 딴 것을 차(茶)라 하고, 늦게 딴 것을 명(茗)이라고 한다. 그 이름에 5가지가 있다. 첫째가 차(茶), 둘째가 가(檟), 셋째가 설(), 넷째가 명(茗), 다섯째가 천()이다. 옛사람들이 싹을 작설(雀舌), 맥과(麥顆)라고 한 것은 매우 여리다는 것을 말한 것이니 납차(臘茶)가 바로 이것이다. 어린잎을 따서 찧어 떡처럼 만든다. 불로 법제하면 좋다. 3)명(茗)은 천()이라고도 하니 잎이 늙은 것이다('本草'). 4)수족궐음경(手足厥陰經)에 들어간다. 차게 마시면 담이 생기기 때문에 따뜻하게 해서 마셔야 한다. 오래 복용하면 사람의 지방을 제거하여 야위게 만든다('入門'). 5)몽산차(蒙山茶)는 성질이 따뜻하여 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좋다. 의흥차(宜興茶)·육안차(陸安茶)·동백산차(東白山茶)·신화산차(神華山茶)·용정차(龍井茶)·민랍차(閩臘茶)·촉고차(蜀苦茶)·보경차(寶慶茶)·여산운무차(廬山雲霧茶)는 모두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6)어떤 사람이 오리구이를 매우 좋아하여 끊지를 못했다. 의사가 보더니 반드시 속에 옹저(癰疽)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병이 생기지 않았다. 후에 탐문해 보았더니 이 사람은 매일 밤 반드시 차가운 차를 한 잔씩 마셨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독을 풀어준 것이다('食物')."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차의 이름과 종류를 꽤 소상하게 들고 있다. 그런데 당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떡차(餠茶)를 제조한다고 하고, 중국에서 들여온 녹차류의 여러 산차(散茶)의 맛이 매우 좋다고도 하고 있다. 또 요즘 사람들이 매우 솔깃해 할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도 일러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음식에서 올 수 있는 독기를 제거하는 데에 효능이 있고, 또 과도한 육식이 가져올 수 있는 악성 창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임상의 사례도 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차의 보건 기능에 대한 기록이 이 보다 빠른 13세기 초에 등장했는데 일본의 다조(茶祖)라고 일컬어지는 에이사이(榮西) 선사(1141~1215)의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가 그것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제1부에서 차의 효능에 대해 논하였고, 제2부에서는 뽕잎의 효능에 대해 기술하고 있어서 한때는 일본에서 '차상경(茶桑經)'이라 불리기도 했다. 제1부 차에 대한 기록에는 주로 오행(五行) 사상에 입각하여 인체의 오장(五臟)과 음식의 오미(五味)와의 관계를 논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오장은 그것들이 각기 좋아하여 받아들이는 맛이 다르다. 어느 하나의 장기가 좋아하는 맛을 더 많이 먹으면 그 장기만 강해져 곁에 있는 장기를 이겨서 서로 병을 일으킨다. 맵고 시고 달고 짠 네 가지 맛은 늘 있어서 그것을 먹지만, 쓴맛은 늘 있지 않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네 장기는 강하지만 심장은 늘 약하다. 그래서 언제나 병이 난다. 만약 심장에 병이 나면 모든 맛이 어그러져, 먹으면 토하고 자칫 아무 것도 먹을 수조차 없게 된다. 이때에 차를 쓰면 심장이 다스려져 병이 없어진다. 심장에 병이 생겼을 때에는 사람의 피부나 살색이 나빠지고 이로 말미암아 생명도 짧아진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음식 만드는 이치는 같지만 다만 대국(중국)에서는 쓴맛이 나는 차를 마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대국 사람들은 심장에 병이 없어 오래 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심장에 병이 있어 병들어 쇠약해지는 일이 많다. 이는 쓴 차를 마시지 않은 소치이다. 만약 오장이 조화되지 않고 마음이 쾌적하지 않을 때 차를 마시면 심장을 고르게 하여 만병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이 쾌적하면 다른 여러 장기에 병이 있더라도 크게 앓지는 않는다"고 하는 식이다. 그 외에 불교의 비밀 진언(眞言)도 거론하고, '다경(茶經)'의 기록이나 중국 문인들의 시 등도 인용하여 차의 효능에 대해 종합적인 기술을 시도하였으나 주밀한 약리적 해석에는 이르지 못한 감이 있다.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연구교수
  입력: 2008.05.06 20:14 / 수정: 2008.05.06 오후 9: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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