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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318 작성일: 작성자: 전윤주 / 조회 1,823
봄날은 간다_OST






# 1

은수씨,

소리 채집하러 가던 날 빨간 목도리를 칭칭 감고 졸고 있던

은수씨 모습이 생각나요.

초면인 사람 앞에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는 무심한 목소리로

“근데 좀 늦으셨네요.”라고 말했었죠?

그래요.

그 날 약속 뿐 아니라 은수씨 인생에도 난 좀 늦었어요.

# 2

상우씨,

나는 깊은 밤 풍경소리를 녹음하던 상우씨의 고요한 모습,

손 벴을 때 머리 위로 손을 흔들라고 알려주던 자상한 모습,

“자고 갈래요?”라는 나의 말에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생각나요.

그렇게 수줍고 선한 상우씨는

내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내 곁으로 왔었죠.

# 3

은수씨,

누굴 좋아한다는 게 그런 건 줄 몰랐어요.

사람들과 술 마시다가도 생각나서 전화하고,

전화하다 보면 문득 보고 싶어져서

한밤중에 서울서 강릉까지 달려가게 되죠.

난 은수씨랑 같이 있는 게 참 좋았어요.

난 은수씨랑 늘 함께이고 싶었어요.

# 4

상우씨가 라면 먹다 말고 불쑥

“아버지가 사귀는 사람 있으면 데려오래”라고 했을 때

“상우씨 난 김치 못 담궈”라고 말했죠.
난 진지한 상우씨 마음을 회피하고만 싶었어요.

난 이혼도 해봤고,

감정이란 게 언젠가는 신 김치처럼 군내 나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 5

“은수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조심해.”

그 날 이후 괜히 짜증내는

은수씨에게 참다못해 한 마디 하기도 했죠.

난 잘 알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차가워지는지,

왜 술 취해 들어와 날 붙들고 그리 힘들어하는지,

왜 별안간 잠시 떨어져 있어보자고 하는지.

# 6

결국엔 내가 타고 가던 저 버스에서 내려 헤어지자고 했죠.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상우씨는 힘없이 반문했었던가요?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상우씨가 안쓰러웠지만

사실은 상우씨의 순수를 불편해하는 내 자신이

더 많이 안쓰러웠는지도 모르겠어요.

# 7

은수씨,

난 많이 아팠어요.

변할 것 같지 않던 것이 변하고,

늘 곁에 있을 줄 알았던 것이

사라지는 걸 인정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러나 좋은 시절의 기억에만 붙박여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역설적으로 깨달았죠.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는 것을.

# 8

이듬해 봄에 내가 상우씨를 찾아갔었죠.

난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같이 있을까?”라고 물었는데

상우씨는 화분을 돌려주며
고개를 저었어요.

난 웃으며 가볍게 돌아섰지만

상우씨는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어요.

오래도록 서서 날 힘들게 떠나보내고 있었어요.

# 9

은수씨,

내가 녹음했던 개울소리 속에

은수씨 노래가 희미하게 들어 있더군요.

그리고 저 포근한 보리밭 소리의 여백에도
은수씨가 들어 있는 듯 해요.

난 당신을 그렇게 남길 거예요.

잘 가요, 은수씨.

잘 가요, 나의 봄날 은수씨.

영화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시퀀스는 효과적인 Focus out을 보여준다. 점점 멀어지면서 은수의 모습은 초점이 흐려지고, 상우의 아쉬운 표정만이 또렸하게 남는다. 이때 상우를 돌아보는 은수.

 

역시 그녀의 얼굴도 실루엣만 보인다. 하지만, 관객은 다 느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은수의 아쉬움이 덮여진 내면까지도 훔쳐볼 수 있다. 이 장면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격한 감정의 표출을 만들어 낸 것이다.

 

'봄날은 간다'의 엔딩 타이틀에 나오는 이 노래는 그 느낌을 쓸쓸한 감상으로 이어놓는다. 김윤아의 목소리는 '자우림'에서 들려주던 힘있는 보컬과는 달리 청아하면서도 애잔하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절제된 절규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음악인 만큼 가사 또한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에 맞춰져 있다. 결론부터 따지자면, 봄이 되면 지나간 아름답기에 슬픈 추억들이 생각나고 또 아파한다는 내용이다.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사람이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아름다워서 슬픈 이유는 그 사람이 자신에게 남기고 간 상처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슬픈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봄이 이제는 그만 좀 왔으면 좋으련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또 다시 봄이 찾아온다. 그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따뜻한 봄이 아닌, 겨울보다 쓸쓸하게 저린 봄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추억을 되새길 때면 또 다시 행복에 빠지고 있다. 영화 속 상우가 갈대밭의 소리를 녹음하면서 은수에 대한 기억으로 웃음짓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봄날은 무심하게 사라지고, 내곁에 머물지 않았던 그 사람은 이젠 추억이 되어서도 가던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눈물과 함께 웃듯이, 거부하면서도 이미 채워넣듯이. 이 노래는 바로 전 장면의 Focus out 처럼 화자의 감정을 역설적으로 엮어놓으면서 절제되는 듯 보이는 감정을 실상 더 격하게 만들어간다.

봄날은 간다 - 김윤아

 

앨범 : shadow of your smile

 

작사 : 김윤아

 

작곡 : Matsutoya Yumi (마츠토야 유미)

 

편곡 : 조성우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몰랐습니다.

자우림의 김윤아가 부른 노래가 이영애와 유지태가 만든 봄날은 간다의 OST였는줄...^^;

몇개 검색을 하니 나오는 것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

음악은 저작권에 의하여 잠시만 걸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부현교수님의 즐겨듣는 음악 그 두번째 이야기...^^;  

 
 
다시 걸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그냥 만들었습니다. p2p에서 음악파일 다운로드받아서 그냥 제가 만들었습니다.

이제 잘 나올 것입니다. ㅡㅡ; ^^; ㅎㅎㅎ

 

봄날은 간다 앤딩을 바꿨습니다. ㅋㅋㅋ 시나리오 다운로드 받으셔서 보시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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