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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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64 작성일: 작성자: 김지영 / 조회 615
남아공 수련여행기


少時적 애독하던 책 중에 장 그르니에의
이 있었다. 가물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내용 중에 낯선 고장으로 여행을 떠난 젊은이의 이야기가 너무나 좋아 나도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졌었다. 낯선 장소의 사람들과 풍물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창에 불이 꺼질 때 나의 창엔 불이 켜지고 밤새 새로운 경험들을 회상하면서 글을 쓰고 해가 떠오를 때 나의 창의 불이 꺼지는 나날을 상상하면서 나는 여행같은 삶을 살리라 희망했다.

남아공의 수련은 나에게 여행으로 다가왔다. 자기 고장을 떠나 낯선 고장으로 향하는 여행은 나의 고장에서 누리던 권한들을 내어주고 빈 몸으로 낯선 고장의 새로움에 돌진하는 스릴감을 동반한다. 자기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것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집, 가족, 땅, 물건, 모임, 취미생활, 좋아하는 TV프로, 잘 가는 식당, 잘 읽는 신문, 조깅코스 등,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것은 자기 땅에 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땅을 떠나 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일은 나의 모든 일상과 친근한 미래까지 내어놓는 일이다. 새로운 그 무엇에 몸을 던지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내가 소시적 읽었던 젊은이와는 다르게 나홀로 하는 여행은 아니었다. 말이 없어도 언제나 친밀감이 배경으로 깔린 도반들과 함께, 역시 말없이 빙긋 웃음으로 인솔하는 종사님과 함께,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문을 열고 신비의 영력의 세계로 우리를 밀어넣으신 할아버지와 함께 한 편안하고 느긋한 여행이었다. 편안하고 느긋하다는 형용사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번 수련을 위하여 몇몇 도반님들은 오랜시간 준비수련에 열공하였고, 재무님 부부는 할아버지 식사와 기타 편의를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으셨고, 오경영사님은 새벽에 수시로 할아버지께 불려다니며 밤을 잊었고, 영사님과 함께 방을 쓴 소계사무국장님은 할아버지께 불려가지 않으면서도 밤잠을 설쳤고, 종사님은 할아버지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도 일어날 때는 같이해야하니 날이 갈수록 눈망울이 깊어졌고, 할아버지는 새벽 한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셔서 우리의 남아공 수련을 완성하기 위해 칼날 위에 서서 공부를 하셨으니까... 그런 덕분에 나는 모닝콜이 깨우면 일어나고, 챙겨내려가면 종사님이나 영사님이 그날 할 행공을 가르쳐주시고, 버스와 가이드가 와서 공처까지 이동해주고, 모든 문을 열어놓으신 할아버지가 영력을 심어주시고, 돌줍고 사진찍고 구경하고 기념품사고, 준비된 식당에서 식사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에 와서 샤워하고 침대로 쏙 들어가서 잠을 청하는 완벽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매일을 보내니 한국에 들어가지 말고 그냥 남아공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나긋하게 풀어진 여행이 아니었다. 우리의 10일간의 수련대장정은 환승역인 두바이 공항 한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보거나말거나 검은 도복에 육임마크를 단 우리들은 게이트 한켠에 자리잡아 둥글게 앉아 바로 할아버지로부터 두바이의 열사의 영력을 이어받았다. 두바이는 開門, 財運의 서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받아라! 할아버지의 명령에 熱砂의 뜨거운 기운이 배아래쪽에서 퍼져나왔다. 남아공에 도착한 다음날 희망곶에 가서 몸이 휘청거리는 강풍을 헤치며 할아버지는 적도무풍, 태고억만년, 하늘에 이르는 다리 오색무지개의 서기를 받아라! 명을 내리시는데, 내 눈엔 검은 다시마가 출렁이는 청록빛 파도가 가득했다. 둘째날엔 하얗고 큰 양석이 즐비한 바닷가에서 진양의 서기를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 나는 돌 줍다가 그만 바닷물 속에 폰을 떨어트렸다. 폰이 투명한 바닷물에 빠지는 모습이 마치 유리잔 물 속에 비타민이 뽀글뽀글 가라앉는 것 같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아차 싶어 급히 꺼내었지만, 이미 바닷물에 샤워한 폰은 낯선 초기화면이 깜박이다가 불능상태가 되어버렸다. 셋째날에는 다시 희망곶으로 가서 할아버지가 70년 전에 선사님과 함께 공부했다는 진음진태에 가서 어머니의 생명력, 탄생력을 받았다. 모래로 손과 발을 비벼씻고, 투명한 바닷물을 마시고 코로 들이쉬고, 할아버지를 통하여 진음의 영력을 받고, 종사님을 통하여 바위의 기운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선사님이 天鶴이라고 부르셨다는 바위에 앉아 홀로 행공을 하셨다. 바분 원숭이떼가 몰려왔고 할아버지는 호통을 하여 쫓으셨다. 그러나 할아버지를 마중나온 새끼 거북과 어미 거북은 우리를 기다렸구나 하시며 쓰다듬어셨다. 그곳을 떠나기 전 할아버지는 美石을 발견하시고 은당에게 주시며 그것으로 얼굴을 살살 문질러봐라 피부가 뽀얘진다고 하셨다.

사실 처음 사흘 동안 해야할 수련을 다 했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보너스였다. 버스는 내륙으로, 간간히 포도밭이 보이는 끝없는 초원으로 달렸다. 깜박 잠이 들다가 몸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껴 눈을 떠보니 버스는 주상절리같은 암석산맥 사이로 달리고 있었다. 다시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은 캉고 동굴을 갔다. 동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음의 기운이 센 곳이다. 이는 우리가 희망곶에서 공부한 모든 생명의 원천인 진음과는 다르다. 우리는 음기를 배척하는 수인을 미리 배워 동굴 속에 들어갔고 할아버지는 아예 동굴 속에 들어가지 않으셨다. 나는 처음에는 음기에 눌렸으나 곧 적응을 하였고 일행과 떨어져서 나 혼자 여기저기 동굴 속을 탐험하였다. 그 다음날은 내륙을 빠져나와 바다 옆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답고 자그마한 휴양지인 나이즈나로 갔다. 호수는 이스트헤드와 웨스트헤드라는 마주한 두 개의 봉우리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바다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스트헤드로 갔는데, 전망대에서 다시 몸에 뜨거운 기운이 흘렀다. 기를 검토하신 할아버지는 새로운 성지를 발견했구나 하시며 놀라워하셨다. 바닷가로 내려와서 할아버지는 자색이 도는 돌을 주워 한 사람씩 주셨다. 우리도 흩어져 돌을 줍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보는 순간, 한 사람이 할아버지 눈에 포착되었다. "욕심내지 마라! 하늘문이 닫힌다" 할아버지의 날센 호통소리가 쩌렁하게 울렸다. 그 다음엔 좀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행이다. 아직 하늘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서"라고 덧붙이셨다. 그 질타의 대상은 浩性이었다. (할아버지는 허주를 호성이라고 부르셨다. 호성은 할아버지가 허주에게 새로 내린 호이다.) 필시 주운 돌의 숫자가 가장 적은 사람임에 분명한 호성이 돌을 줍는 순간 할아버지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 때 할아버지 옆에 있던 나는 펑! 하고 문제가 하나 해결되어버렸다. 나는 그동안 주운 돌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엄청하고 있던 중이었다. 돌을 다 가지고 가자니 무게가 초과되고 걸릴 것 같고 안 가지고 가자니 아깝고 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 마음속 욕심의 적나라한 모습을 본 것이다. 수행하는 자의 욕심은 하늘의 문을 닫히게 한다. 욕심내면서 수행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동안 주워놓았던 돌들을 방생하리라 결심했다. (한국에 와서 보니 여전히 가방 속에 적지 않은 수의 돌이 있었지만) 그 순간 나를 불편하게 했던 매듭이 하나 딱 풀리면서 어떤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스트헤드 아래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에는 아름답고 이쁜 집들이 즐비하다. 지중해성 기후인 이 고장은 여름을 맞이하여 온갖 색깔의 꽃들이 집 안과밖에 피어 우리의 눈을 현혹하고 있었는데, 간혹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 하는 집들도 있어 흑인들이 삼삼오오 일하고 있었다. 남아공에서 나를 불편하게 했던 또 하나의 매듭은 흑인에 대한 것이었다. 남아공은 오랜 역사동안 유럽의 식민지로 있었기 때문에 모든 부의 원천이 백인에게 있다. 남아공의 악명높은 흑인억압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오랫동안 인종차별의 대명사로 불렸다. 만델라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된 게 거의 이십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부는 백인들이 쥐고 있고 흑인들은 백인들의 하인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케이프타운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백인들이 많은(도시인구의 30% 정도) 지역이라, 내 눈에 비친 남아공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식민지 시대의 유럽이었다. 아프리카는 공예품이나 춤이나 공연같은 이미지로만 존재했다. 그런데 백인이 아닌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나 역시 흑인에 대한 시각이 백인의 것을 닮았다는 거였다. 흑인들은 과도하게 뚱뚱하거나(우리가 주로 만났던 코사족은 원래 몸집이 컸다), 약에 취해있거나, 소매치기이거나, 하인이었다. 특히 오경영사님의 벼룩시장 에피소드 이후(반지하 화장실에 생각없이 들어갔다가 흑인청년들에게 둘러싸이게 된 위험천만 아슬한 이야기) 흑인은 위험하거나 하대해야 할 범주가 되었다. 그런데 이스트헤드를 나오면서 할아버지는 지붕에서 일하고 있는 흑인들에게 인사를 하셨다. 그리고는 "흑인들은 황인종이 갖지 못한 영적 능력이 있다. 흑인들 음악 있지 않나. 그건 영적인 음악이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나는 남아공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매듭이 풀렸다. 흑인들에게 진심으로 인사할 것, 그들과 통할 것. 그것이 진실의 세계이다. 그런데 그것이 수 세기동안 억압의 역사를 가진 흑인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을까?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그 문제를 잘 알고계셨다. "흑인들이 정당한 자기몫을 가질려면 앞으로 또 몇백년이 지나야겠지. 내가 흑인아이들을 좋아하고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다 꺼내어 주는 까닭은 그들 선조들이 당한 고통의 댓가로 밝은 미래를 이루어라는 바람이다" 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에서 진정어린 따뜻함이 우려나왔다.

우리 수련의 진정한 마무리는 나이즈나의 치치카마 국립공원에서 이루어졌다. '물이 믾은 곳'이라는 뜻의 치치카마는 할아버지로서는 잊을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 그 곳에서 할아버지는 수천년 동안 기다려온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나이즈나의 치치카마를 줄여서 할아버지는 '나이주'라고 부르셨는데 나이주의 그 오랜 친구는 원시인의 형상을 한 지팡이었다. 지팡이로 말할 것 같으면, 치치카마 가는 길에 할아버지는 노사님에게 아프리카 문양이 새겨진 흑단 지팡이를 하사하는 의식을 가졌다. 이번 수련여행에서 노사님은 할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셨고 또 가장 눈에 띠는 발전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할아버지는 노사님에게 지팡이를 하사하시고 지팡이를 들 수 있는 권한을 주셨는데, 노사님은 이후 내내 지팡이를 땅에 짚는 게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니셨다. 그리고는 무겁게 들고 계세요?라는 질문에 특유의 장난기있는 소탈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 적응이 안돼서"라고 하셨다.

치치카마 안쪽 끝 긴 흔들다리를 건너자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합곡지점이 나왔다. 협곡 안쪽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다. 물색은 거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고 작은 해안가에는 자갈과 함께 협곡에서 떠내려온 나무토막들로 가득했다. 이 나무들은 담수에만 담궈져 있었다면 벌써 썩을 것이나 해수염분으로 절어져 그야말로 수천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곳에 앉아 바다 저멀리 인도양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마지막 마무리를 하였다. 할아버지는 저 파도는 케이프 포인트의 파도와 같다고 하셨고, 마무리가 끝난 다음에는 모두다 완성했다고 흡족해하셨다. 그리고선 아주 좋은 나무라면서 주워라고 하셨다. 그 때 호성이 긴 지팡이를 주워 할아버지께 드렸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너해라고 하셨으나 호성이 다시 권하자 받으시고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셨다. 지팡이의 윗부분은 잡기좋게 둥그스름한데 어떤 형상 같은데 무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이것이 무슨 형상인지 알겠나하고 물으시더니 이건 원시인, 태고의 原人의 모습이다고 하시며 끌끌 웃으셨다. 이건 눈, 이건 입, 한쪽 눈이 찌그러졌지. 이건 윙크하는 게야. 이렇게 하시며 할아버지는 직접 윙크를 해보이셨다. 그리고서는 내가 대화할 친구를 찾았구나. 흐름의 세계에서는 말이 아니어도 대화가 되는 게야. 수천년 동안 나를 기다렸구나 이제 한국에 가야지 하시며 뽀뽀를 하였다. "한국에 가면 옷을 입혀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게다. 나만이 하는 비법이 있지. 그럼 다들 놀랄 게야. 비법이 무언지 말해줄까 말까" 하시며 우리를 둘러보자, 종사님이 "말씀하시면 비법이 아니죠 "하고 말하자, 그게 답이다 하시며 할아버지는 금정산에서 지팡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완벽한 마무리에 태고의 흐름을 간직한 지팡이까지 갖게 된 할아버지는 흡족해 마지 않으셨다. 그리고 흡족함은 그 다음날 콴투 사파리에도 이어졌다. "우리는 사파리하러 온 게 아니다. 대지의 영력을 받고자 왔다"고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주지시키셨다. 동쪽으로 난 호텔 창너머 초원 위로 아프리카의 아침 태양이 떠오르자 할아버지는 우리 모두를 할아버지 방으로 불러모으셨다. 그리고는 태양빛이 연못에 한줄로 반짝이는 것을 가리키며 "하늘 문이 열였다. 저기 봐라. 길이 나있재. 여기 와바라. 길이 따라오재. 저기 가봐라. 또 길이 따라오재. 신비의 세계다"고 하셨다. 이 대목은 할아버지와 함께 수련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듯한, 童詩에 나올 법한, 내가 가는 곳마다 물에 비친 햇빛이 따라오는 현상을 두고 할아버지는 신비의 세계라고 하신다. 왜 신비의 세계인가 하는 것을 머리 굴리지 말고 그 자리에서 깨쳐야하는 것이 관문이다. 도반님들의 의견은 분분했고 (대체적으로 "뭔가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겠죠. 후에 알게 되겠죠" 라는 의견이었다) 우리팀의 최고수인 종사님은 언젠가 길이 났을 때 말 그대로 그 빛의 길이 몸속을 통과하면서 그 빛속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튼실한 아프리카의 오리들이 꽥꽥이며 돌아다니는 연못 옆에서 우리는 대지의 영력을 받는 마지막 행공을 하였다. 태양은 아프리카의 이글거리는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고, '아프리카의 아침'이라고 이름붙인 행공은 천천히 돌면서 내 몸 속에 아프리카의 기억을 새기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머리위에 뜨거운 접점을 느꼈다. 할아버지의 손길인가. 행공이 끝나고 난 뒤 나는 "완성하였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전해들었다. 열기로 나른한 아프리카의 오후와, 몽환적인 아프리카의 일몰과, 별빛이 쏟아지는 아프리카의 밤하늘. 하늘 양옆으로 펼쳐진 은하수 건너 친근한 오리온 자리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미지의 남반구의 별자리가 밤하늘을 가득 메운다. 이윽고 아프리카의 새벽. 농장의 수탉소리와 멀리 사파리에서 들리는 동물들의 소리 가운데 어디선가 그 전날 들었던 북소리의 리듬이 들려온다. 이제는 우리가 떠나야 할 시간이다. 초원의 일출을 맞이하며 버스는 공항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번 남아공 수련여행은 참가한 사람들 모두에게 의미있는 축복된 시간이었다. 70년만에 희망봉을 다시 찾은 할아버지에게 남아공은 선사님과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며 동시에 세계5대 진태로서 태고억만년의 영력과 적도무풍과 진양과 진음의 술기를 완성시켰다. 종사님의 공력은 엄청 높아져서 드디어 뿌리를 이루었고, 영사님 이하 우리들도 각자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모두가 완성한 대성공의 수련이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흐름이 몸에 자리잡는 숙성의 시간이다. 한국의 공항에 도착하여 할아버지는 3일간 육고기와 행공을 금하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한 사람씩 마무리의 말씀을 해주셨다. "진고야 너 참 대단하더라. 다 받았다. 이제 삶이 잘 풀릴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대로 하면.."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꼽으셨다. "한 40년만 하면 되겠더라." "네...할아버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께 예를 올렸다.

한국에 돌아오니 모든 게 낯설었다. 특히 시차적응이 안되어 나는 한동안 아프리카 타임으로 살았다. 7시간 정도 시차가 나는지라 나는 새벽 6시에 잠이 들고 정오에 일어나곤 했다. 밤에는 남아공 장면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할아버지 눈으로 보고자 했다. 여행은 남아공으로 갔다왔지만 한국에 도착하면서 낯선 여행이 시작되었다. 내 고장이었지만 이제는 내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에게 인간세상은 할아버지의 고장이 아닐 것이다. 할아버지는 인간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것일까. 내 것도 없이, 내 것에 대한 집착도 없이. "인간세상은 미로다"는 할아버지 말씀이 이해될 듯 했다. 시포덕도 이해될 듯 했다. 할아버지 주머니엔 항상 집어줄 사탕이 있다는 것도 이해될 듯 했다. 운명이 없다는 것도, 매일 새로움의 연속이라는 것도, 인간과 사람과 진실의 세계가 있다는 것도 이해될 듯 했다. 귀국짐을 풀면서 나는 다시 여장을 챙겼다. 이번엔 40년간의 수련여행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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