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련

05시 23분 ㅡ나무들 사이로 안개가 푸른막을 치고 있는 어스름 새벽
나즉이 고요함이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빗소리. 내 발자욱 소리. 계곡 물소리... 몸으로 스며드는 소리들. 신주(神呪)염송 ㅡ

석불사 아래. 굽이 도는길에서 여명(黎明)으로 안개가 그치기 시작하고
숲을  들어서는데.  잡목아래 덤불이 삭히는 내음과 솔가지의 알싸한 내음이 짙게 풍긴다
얼굴에 내리는 비의 차가움이 좋아서 우산을 접고 그냥 비를 맞는다
비를 맞으며 신주염송 ㅡ
대마도 수련을 다녀와서 몸이 뒤틀리는 몸살을 걔속하고 있어서
오늘 할아버지께 마무리를 잘 받을 요량으로 정성을 들이는데...

3 주만에 마주서는 상계봉
우뚝 솟은 완전한 모습... 청청(淸靑)한 기운과 합(合)
음양바위에 자리하고 '시화 여의 통천 술공'... 여의여의여의 통천 통성 성성성 !
( 섬세하게 날개짓하는 새의 모습... 오늘 조금 생소한 새소리를 세번 듣는다.)

06시 46분. 영조대
먼저 도착한 도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하고 '시화 여의 통천 술공' ㅡ
종사님의 인사말. 그리고 갑자기 들리는 할아버지 목소리
"반갑소." 그 환한 웃음 얼굴

진실ㅡ 을 말씀 하신다
"진실의 세계"에 가는것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주 쉽다. 바로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나를 버리는 방법은 육임(행공)에 있으며  '시시화 시시보 시시성' ㅡ 그 길로 통하게 된다
진실은 한순간. 찰나...에 있다. 내가 이렇게 보여주고 있는데
나와 똑같은 길을 가고있는 너희가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 니 야
아직도 간가민가? 하느냐.  어렵다고 생각하면 바로 (어둠으로?)떨어져서 영영 어렵개 돼."

할아버지의 말씀이 비수처름 차갑게 꽃혀서 막 한(寒)기가 났다. 계속 추웠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지팡이로 종사님이 크게 쓴 : 示(보일 시) 通(통할 통) ㅡ 글자 위에 모두 앉는다
수인(手印)을 하고 매(昧)의 상태 ㅡ 할아버지께서 단체로 마무리를 해 주셨다
왼쪽 무릎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덜덜덜 떨렸다. '이렇게 떨면 안되는데... 여의여의여의~ 구결을 외우며 버텼다

그때. 보이느냐 !
할아버지께서 우리들에게 물으신다
示 示 示 ㅡ 이 행공을 하게 되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질책 이신가...
개안력 ㅡ 진실을 볼 수 있는'마음의 눈을 떠라'는 말씀이시다

그리고 또 다시. 한사람씩 점검해 주셨다

아주 오래전에 어느 선배가 해준 말이 떠 올랐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살점을 떼어주신다고...
이 세상에 좋은 일을 펼 칠 인연으로 우리 모두에게 진실의 씨앗을 심어 주셨는데
지금 우리는 어 떻 한 가

할아버지는 언제나 자애심으로. 칭찬으로. 격려로... 우리를 채찍질 하신다
하지만 수련(공부)는 칼날 위의 길(道) 임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진실의 길ㅡ임을 강조 하셨다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여전히 방심하고 있다
계속 망설이고 있다

육임 5년차 ㅡ 겨우 몸을 보살피는 수련을 하고 있다

한(寒)기가 나고...파랗게 슬프다
파랗게 슬프다